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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54

자작나무에게 - 정호승

자작나무에게 - 정호승  나의 스승은 바람이다바람을 가르며 나는 새다나는 새의 제자가 된지 오래다일찍이 바람을 가르는 스승의 높은 날개에서 사랑과 자유의 높이를 배웠다 나의 스승은 나무다새들이 고요히 날아와 앉는 나무다나는 일찍이 나무의 제자가 된지 오래다스스로 폭풍이 되어폭풍을 견디는 스승의 푸른 잎새에서인내와 감사의 깊이를 배웠다 자작이여새가 날아오르기를 원한다면먼저 나무를 심으라고 말씀하신자작나무여나는 평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지만새는 나의 스승이다나는 새의 제자다

시,좋은글 2024.09.17

발자국 - 정호승

발자국 - 정호승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되듯이발자국도 따라가 별이 되는가내가 남긴 발자국에 핀 민들레는 해마다 별이 되어 피어나는가 내 상처에 길게 대못을 박고멀리 길가에 내 던져진 너의 손에는 길게 뿌리가 뻗어지금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이 울창하다 그 길가에 작은 수도원 하나 세워졌으면프란치스코 성인께서 하룻밤곤히 주무시고 가셨을 텐데주무시기 전에 나를 꼭 한번 안아주셨을 텐데 오늘도 내가 걸어간 길가엔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늘 나와 함께 걸어온핏물이 고인 발자국 하나

시,좋은글 2024.09.17

발자국 - 정호승

​발자국 - 정호승​​눈길에 난 발자국만 보아도​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눈길에 난 발자국만 보아도서로 사랑하는 사람의 발자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남은 발자국들끼리서로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것을 보면​​남은 발자국들끼리서로 뜨겁게 한 몸을 이루다가녹아버리는 것을 보면​​​눈길에 난 발자국만 보아도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좋은글 2024.09.17

나무 그림자 - 정호승

나무 그림자 - 정호승  햇살이 맑은 겨울날 ​잎을 다 떨어뜨린 나무 한그루가무심히 자기의 그림자를 바라본다 손에 휴대폰을 들고 가던 사람이자기 그림자를 이끌고 나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전화를 한다​무슨 일로 화가 났는지발을 구르고허공에 삿대질까지 하며나무 그림자를 마구 짓밟는다​나무 그림자는 몇번 몸을 웅크리며신음소리를 내다가사람 품에 꼭 껴안고 아무 말이 없다

시,좋은글 202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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