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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54

새들은 지붕을 짓지않는다 -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않는다 -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잠이 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위하여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가끔은 외로운 낮달도 쉬어가게 하고가끔은 민들레 홀씨도 쉬어가게 하고가끔은 인간을 위해 우시는 하느님의 눈물도 받아둔다누구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들의 집을 한번 들여다보라간밤에 떨어진 별똥별들이 고단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간밤에 흘리신 하느님의 눈물이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 있다  그외 여기 시를 시들은 앞에서 올려서 오늘은 제목만 쓴다내가 사랑하는 사람 풍경달다수선화에게

시,좋은글 2024.08.15

하늘에게 - 정호승

하늘에게 - 정호승  어제 하루 일하지 않았으므로오늘 하루를 굶겠습니다어제 하루 사랑하지 않았으므로오늘 또 하루를 굶겠습니다 굶겠습니다오늘 하루도 일하지 않았으므로내일 하루도 굶겠습니다오늘 하루도 사랑하지 않았으므로내일 하루도 굶겠습니다 인생에는 웃을 수 밖에 없는 일이 더 많다고어머니는 빙그레 웃으시지만나는 언제나 한마리 짐승에 지나지 않았습니다배고픈 한마리 인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정호승 시집중에서

시,좋은글 2024.08.15

시인 - 정호승

시인 - 정호승  혹한이 몰아닥친 겨울 아침에 보았다무심코 추어탕집 앞을 지나가다가출입문 앞에 내어놓은 고무함지 속에꽁꽁 얼어붙어 있는 미꾸라지들결빙이 되는 순간까지 온몸으로시를 쓰고 죽은 모습을꼬리지느러미를 흔들고 허리를 구부리며길게 수염이 난 머리를 꼿꼿이 치켜든 채기역자로 혹은 이응자로 문자를 이루어결빙의 순간까지 온몸으로진흙을 토해내며 투명한 얼음 속에절명시를 쓰고 죽은 겨울의 시인들을  정호승 시집중에서 그 외에 미리 올린 시들산산조각바닥에 대하여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눈사람

시,좋은글 2024.08.15

눈발 - 정호승

눈발 - 정호승  별들은 죽고 눈발은 흩날린다날은 흐리고 우리들 인생은 음산하다북풍은 어둠속에서만 불어오고새벽이 오기 전에 낙엽은 떨어진다언제나 죽음 앞에서도 사랑하기 위하여검은 낮 하얀 밤마다 먼 길을 가는 자여다시 날은 흐르고 낙엽은 떨어지고사람마다 가슴은 무덤이 되어희망에는 혁명이절망에는 눈물이 필요한 것인가오늘도 이 땅에 엎드려 거리낌이 없기를다시 날은 흐리고 약속도 없이별들은 죽고 눈발은 흩날린다 정호승 시집중에서

시,좋은글 2024.08.14

갈대 - 정호승

갈대 - 정호승  내가 아직도 강변에 사는 것은죽은 새들이 내 발밑에서 물결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아무도 살지 않는 강변에 사는 것은실패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강한 자가 이긴 것이 아니라이긴 자가 강한 것이라는 죽은 새들의 정다운 울음소리를 들으며온종일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나의 삶이 진정 괴로운 것은분노를 삭일 수 없다는 일이었나니 내가 아직도 바람 부는 강변에 사는 것은죽은 새들이 날아간 하늘에 햇살이 빛나기 때문이다. 정호승 시집중에서

시,좋은글 2024.08.14

밥값 - 정호승

밥값 - 정호승  어머니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아무리 멀어도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외출하실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너무 염려 하지는 마세요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호승 시집중에서

시,좋은글 202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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