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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27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 이해인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 이해인​​가을이여, 어서 오세요!가을, 가을,하고 부르는 동안나는 금방 흰 구름을 닮은 가을을의 시인이 되어기도의 말을 마음속에 적어봅니다.​가을엔 나의 눈길이 저 푸른 하늘을 향해파랗게 물들어더욱 깨어 있길 원합니다.서늘하게 깨어 있는 눈길로 하루를 시작하고사람들을 바라보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가을엔 나의 마음이 불타는단풍 숲으로 들어 가 붉게 물들어서더욱 사랑 할 수 있길 원합니다너그럽고 따뜻한 마음으로 하루를 사랑하고이웃을 사랑하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가을엔 나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잡아그리움의 기도로 키우며 노래하길 원합니다하루 하루를 늘 기도로 시작하고세상만물을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는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가을엔 나의 발..

시,좋은글 2024.10.25

차 한잔 하시겠어요? - 이해인

차 한잔 하시겠어요? 이해인 사계절 내내 정겹고 아름다운 이 초대의 말에선 연둣빛 풀향기가 난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 설렘을 진정시키고 싶을 때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 우리는 고요한 음성으로 "차 한잔 하시겠어요?" 한다 낯선 사람끼리 만나 어색한 침묵을 녹여야 할 때 잘 지내던 사람들끼리 오해가 쌓여 화해의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도 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차 한잔 하시겠어요?" 한다 혼자서 일하다가 문득 외롭고 쓸쓸해질 때도 스스로에게 웃으며 "차 한잔 하시겠어요?" 하며 향기를 퍼올린다 "차 한잔 하시겠어요?" 이 말에 숨어 있는 사랑의 초대에 언제나 "네!"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시,좋은글 2023.05.28

나를 위로하는 날

나를 위로하는 날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 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시,좋은글 2023.05.24

보고 싶다는 말은 - 이해인

보고 싶다는 말은 이해인 생전 처음 듣는 말처럼 오늘은 이말이 새롭다 보고 싶은데.... 비 오는 날의 첼로 소리 같기도 하고 맑은 날의 피아노 소리 같기도 한 너의 목소리 들을 때마다 노래가 되는 말 평생을 들어도 가슴이 뛰는 말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감칠맛 나는 네 말속에 들어 있는 평범하지만 깊디깊은 그리움의 바다 보고 싶은데... 나에게도 푸른 파도 밀려오고 내 마음에도 다시 새가 날고

시,좋은글 2023.04.04

외딴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이해인

외딴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이해인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시,좋은글 2023.02.27

단순하게 사는 법 - 이해인

단순하게 사는 법 이해인 단순하게 살고 싶은 욕심으로 단순하게 사는 법을 연구하며 책도 읽고 토론도 많이 하지만 삶이 조금도 단순해지지 못함은 어쩐 일일까요. '버리겠다' '버려야지' 내내 궁리만 하지 말고 자꾸 결심만 키우며 안된다고 안달하지 말고 눈꽃처럼 순결하고 서늘한 결단을 내려야지요 오늘만이 나의 전생애라고 근심 불안 슬픔마저 숨기고 사랑하는 일에만 마음을 쓰겠다고 자연스럽게 기도해 보세요 그러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삶이 저절로 단순해질 것입니다 아름다움의 시작은 단순함임을 예수님께 다시 배우는 오늘의 기쁨이여

시,좋은글 2023.02.20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이해인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이해인 손 시린 나목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날 빛이 있어 혼자서도 풍요로워라 맑고 높이 사는 법을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반달이여

시,좋은글 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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