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정호승 58

정호승 문학관 - 작가와의 만남

난 7월달부터 들어서 이제 두번째 듣고 있다.역시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라서 그런가 더 강의가 멋지고 귀에 쏙 들어온다.오늘도 역시 쉬는 시간없이 강의시를 5편이라 소개했다. 1. 바닥에 대하여2. 눈사람3. 서울의 예수4. 명동성당 5.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바닥에 대하여                               정호승 바닥까지 가 본 사람들은 말한다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바닥은 보이지 않지만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 올 수 있다고 바닥을 굳세게 딛고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발이 닿지 않아도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

소소한일상 2024.08.11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 정호승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  정호승서울에 푸짐하게 첫눈이 내린 날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고요히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추기경 몰래 명동성당을 빠져나와서울역 시계탑 아래에 눈사람 하나 세워놓고노숙자들과 한바탕 눈싸움을 하다가무료급식소에 들러 밥과 국을 퍼주다가늙은 환경미화원과 같이 눈길을 쓸다가부지런히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타고껌 파는 할머니의 껌통을 들고 서 있다가전동차가 들어오는 순간 선로로 뛰어내린한 젊은 여자를 껴안아주고 있다가인사동 길바닥에 앉아 있는 아기부처님 곁에 앉아돌아가신 엄마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엄마의 시신을 몇개월이나 안방에 둔중학생 소년의 두려운 눈물을 닦아주다가경기도 어느 모텔의 좌변기에 버려진한 갓난아기를 건져내고 엉엉 울다가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부지런히 다시..

시,좋은글 2024.08.07

창문 - 정호승

창문 -  정호승  창문은 닫으면 창이 아니라 벽이다창문은 닫으면 문이 아니라 벽이다창문이 창이 되기 위해서는창과 문은 열어 놓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창문이닫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다 지금까지는창문을 꼭 닫아야만 밤이 오는 줄 알았다많은 사람들이 창문을 열었기 때문에밤하늘에 별이 빛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제 창문을 연다당신을 향해 창문을 열고 별을 바라본다창문을 열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시,좋은글 2024.07.28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잠자느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지구귀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들고 싶을 때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두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시,좋은글 2024.07.15

서울의 예수 - 정호승

서울의 예수 - 정호승   1예수가 낚시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모닥불을 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레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며 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 있다. 2 술 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인생의 찬밥 한 그릇 얻어먹은 예수의 등뒤로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오른다.  고통속에 넘치는 평화,눈물 속에 그리운 자유는 있었을까. 서울의 빵과 사랑과, 서울의 빵과 눈물을 생각하며 예수가 홀로 담배를 피운다. 사람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이 모래를 씹으며 잠드는 밤, 낙엽들은 떠나기 위하여서울에 잠시 머물..

시,좋은글 2024.07.14

여행 - 정호승

여행 - 정호승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은 곳은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떠나서 돌아오지 마라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바람에 흩날릴때까지돌아오지마라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정호승시집 -여행- 중에서

시,좋은글 2024.07.10

봄길 - 정호승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시선집 -중에서

시,좋은글 2024.07.04

우리가 어느 별에서 -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저문 바닷가에 홀로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정호승시선집 - 중에서

시,좋은글 2024.07.04

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새벽이 지나도록마지(摩旨)를 울리는 쇠종 소리는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정호승시집 에서

시,좋은글 2024.07.04

슬품이 기쁨에게 - 정호승

슬품이 기쁨에게 -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귤값을 깍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때단 한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가마니 한장 조차 덮어주지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위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시,좋은글 2024.07.0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