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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사막 - 정호승
별똥 하나가 성호를 긋고 지나간다
낙타 한마리가 무릎을 꿇고 기도한 지는 오래다
별똥은 무슨 죄가 그리 많아서 저리도 황급히 사라지고
낙타는 무슨 죄가 그리 많아서 평생을 무릎조차 펴지 못하는가
다시 별똥 하나가 성호를 긋고 지구 밖으로 떨어진다
위경련을 일으키며 멀리 녹두꽃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머리맡에 비수 한자루를 들고 잠이 드는 사막의 밤
초승달이 고개를 숙이고 시퍼렇게 칼을 갈고 앉아 있다
인생은 때때로 기도 속에 있지 않다
너의 영혼을 어루만지기 위해서는 침묵이 필요하다.
24.11.5.화. 정호승문학관 특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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