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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정호승
혹한이 몰아닥친 겨울 아침에 보았다
무심코 추어탕집 앞을 지나가다가
출입문 앞에 내어놓은 고무함지 속에
꽁꽁 얼어붙어 있는 미꾸라지들
결빙이 되는 순간까지 온몸으로
시를 쓰고 죽은 모습을
꼬리지느러미를 흔들고 허리를 구부리며
길게 수염이 난 머리를 꼿꼿이 치켜든 채
기역자로 혹은 이응자로 문자를 이루어
결빙의 순간까지 온몸으로
진흙을 토해내며 투명한 얼음 속에
절명시를 쓰고 죽은 겨울의
시인들을
정호승 시집<이 짧은 시간동안>중에서
그 외에 미리 올린 시들
산산조각
바닥에 대하여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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