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시,좋은글 562

시인 - 정호승

시인 - 정호승  혹한이 몰아닥친 겨울 아침에 보았다무심코 추어탕집 앞을 지나가다가출입문 앞에 내어놓은 고무함지 속에꽁꽁 얼어붙어 있는 미꾸라지들결빙이 되는 순간까지 온몸으로시를 쓰고 죽은 모습을꼬리지느러미를 흔들고 허리를 구부리며길게 수염이 난 머리를 꼿꼿이 치켜든 채기역자로 혹은 이응자로 문자를 이루어결빙의 순간까지 온몸으로진흙을 토해내며 투명한 얼음 속에절명시를 쓰고 죽은 겨울의 시인들을  정호승 시집중에서 그 외에 미리 올린 시들산산조각바닥에 대하여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눈사람

시,좋은글 2024.08.15

눈발 - 정호승

눈발 - 정호승  별들은 죽고 눈발은 흩날린다날은 흐리고 우리들 인생은 음산하다북풍은 어둠속에서만 불어오고새벽이 오기 전에 낙엽은 떨어진다언제나 죽음 앞에서도 사랑하기 위하여검은 낮 하얀 밤마다 먼 길을 가는 자여다시 날은 흐르고 낙엽은 떨어지고사람마다 가슴은 무덤이 되어희망에는 혁명이절망에는 눈물이 필요한 것인가오늘도 이 땅에 엎드려 거리낌이 없기를다시 날은 흐리고 약속도 없이별들은 죽고 눈발은 흩날린다 정호승 시집중에서

시,좋은글 2024.08.14

갈대 - 정호승

갈대 - 정호승  내가 아직도 강변에 사는 것은죽은 새들이 내 발밑에서 물결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아무도 살지 않는 강변에 사는 것은실패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강한 자가 이긴 것이 아니라이긴 자가 강한 것이라는 죽은 새들의 정다운 울음소리를 들으며온종일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나의 삶이 진정 괴로운 것은분노를 삭일 수 없다는 일이었나니 내가 아직도 바람 부는 강변에 사는 것은죽은 새들이 날아간 하늘에 햇살이 빛나기 때문이다. 정호승 시집중에서

시,좋은글 2024.08.14

밥값 - 정호승

밥값 - 정호승  어머니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아무리 멀어도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외출하실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너무 염려 하지는 마세요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호승 시집중에서

시,좋은글 2024.08.12

선암사 - 정호승

선암사 -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묵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선암사 해우소 앞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시집 중에서

시,좋은글 2024.08.12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