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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좋은글 590

구부러진 길 - 이준관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구부러진 길을 가면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라고 부르는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구불구불 간다.그 구부러진 길 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시,좋은글 2024.09.07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  이 숲 누구 것인지 나는 알 것 같네.그렇지만 그의 집 마을에 있어,자기 숲이 눈 덮이는 것 보려고내가 여기 멈춰선 것 알지 못하리. 내 순진한 말은 분명 이상히 여기리,한해 중 가장 어두운 날 저녁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근처 농가 하나 없는 곳에 멈추는 것을. 뭐가 잘못되었다 묻기라도 하듯말은 몸 흔들어 종소리 내고들리는 것이라곤 무심히 지나는 바람과솜털 같은 눈송이 스치는 소리뿐. 숲은 사랑스럽고, 어둡고 깊지만,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네잠들기 전 가야 할 먼 길이 있네잠들기 전 가야 할 먼 길이 있네.

시,좋은글 2024.09.06

그리움 - 이용악

그리움 -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바람을 굽이굽이 돌아간백무선 철길 위에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너를 남기고 온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어쩌자고 잠을 깨어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시,좋은글 2024.09.05

바람의 말 - 마종기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참을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시,좋은글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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