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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좋은글 562

봄길 - 정호승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시선집 -중에서

시,좋은글 2024.07.04

우리가 어느 별에서 -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저문 바닷가에 홀로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정호승시선집 - 중에서

시,좋은글 2024.07.04

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새벽이 지나도록마지(摩旨)를 울리는 쇠종 소리는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정호승시집 에서

시,좋은글 2024.07.04

슬품이 기쁨에게 - 정호승

슬품이 기쁨에게 -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귤값을 깍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때단 한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가마니 한장 조차 덮어주지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위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시,좋은글 2024.07.04

바닥에 대하여 - 정호승

바닥에 대하여                               정호승 바닥까지 가 본 사람들은 말한다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바닥은 보이지 않지만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 올 수 있다고 바닥을 굳세게 딛고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발이 닿지 않아도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시,좋은글 2024.07.04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나무 그늘에 앉아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나무 그늘에 앉아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시,좋은글 2024.07.04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속으로 무덤도 없이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 고 박종철군을 생각하며 지었다는 시 설명을 들으니 더 감명깊다.

시,좋은글 2024.07.03

이별노래 - 정호승

이별노래                                     정호승 떠나는 그대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내 먼저 떠나가서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  강의 끝나고 노래도 같이 들으면서 다시 감상하니 옛추억이 살아난다

시,좋은글 2024.07.03

산산조각 - 정호승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흙으로 만든 부처님이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산산조각이 나얼른 허리를 굽히고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부처님이 말씀하셨다산산조각이 나면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산산조각이 나면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강의를 듣고 시를 감상하니 더 실감이 나고 좋다.

시,좋은글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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