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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지붕을 짓지않는다 -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않는다 -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잠이 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위하여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가끔은 외로운 낮달도 쉬어가게 하고가끔은 민들레 홀씨도 쉬어가게 하고가끔은 인간을 위해 우시는 하느님의 눈물도 받아둔다누구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들의 집을 한번 들여다보라간밤에 떨어진 별똥별들이 고단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간밤에 흘리신 하느님의 눈물이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 있다  그외 여기 시를 시들은 앞에서 올려서 오늘은 제목만 쓴다내가 사랑하는 사람 풍경달다수선화에게

시,좋은글 2024.08.15

하늘에게 - 정호승

하늘에게 - 정호승  어제 하루 일하지 않았으므로오늘 하루를 굶겠습니다어제 하루 사랑하지 않았으므로오늘 또 하루를 굶겠습니다 굶겠습니다오늘 하루도 일하지 않았으므로내일 하루도 굶겠습니다오늘 하루도 사랑하지 않았으므로내일 하루도 굶겠습니다 인생에는 웃을 수 밖에 없는 일이 더 많다고어머니는 빙그레 웃으시지만나는 언제나 한마리 짐승에 지나지 않았습니다배고픈 한마리 인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정호승 시집중에서

시,좋은글 2024.08.15

나무에 쓴 시 - 정호승

나무에 쓴 시 - 정호승  봄이 오면사람 밑에 앉아 있지 않고나무 밑에 앉아 있겠어요종일토록 봄비가 오다가 그치지 않으면사람 밑에 서서 비를 맞지 않고나무 밑에 서서 비를 맞겠어요잘라버린 귀를 다시 찾아 붙이고나무에 내리는 빗소리에 인생을 빼앗기고 말겠어요쓸쓸히 비를 맞고 가는죽은 벗들을 길에서 만나면일일이 반갑게 악수를 하고밤새도록 우산을 함께 쓰고 가겠어요비가 그치고 햇살이 눈부셔도더이상 날아가는 화살을 잡으려 하지 않겠어요걸어작은 산을 향해 걸어가는 큰 산을 묵묵히 따라가겠아요 정호승 시집 중에서

시,좋은글 2024.08.15

시인 - 정호승

시인 - 정호승  혹한이 몰아닥친 겨울 아침에 보았다무심코 추어탕집 앞을 지나가다가출입문 앞에 내어놓은 고무함지 속에꽁꽁 얼어붙어 있는 미꾸라지들결빙이 되는 순간까지 온몸으로시를 쓰고 죽은 모습을꼬리지느러미를 흔들고 허리를 구부리며길게 수염이 난 머리를 꼿꼿이 치켜든 채기역자로 혹은 이응자로 문자를 이루어결빙의 순간까지 온몸으로진흙을 토해내며 투명한 얼음 속에절명시를 쓰고 죽은 겨울의 시인들을  정호승 시집중에서 그 외에 미리 올린 시들산산조각바닥에 대하여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눈사람

시,좋은글 202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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