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비 - 문정희 사시사철 엉겅퀴처럼 푸르죽죽하던 옥례 엄마는곡을 팔고 다니던 곡비였다 이 세상 가장 슬픈 사람들의 울음천지가 진동하게 대신 울어주고그네 울음에 꺼져 버린 땅 밑으로떨어지는 무수한 별똥 주워 먹고 살았다그녀의 허기 위로 쏟아지는 별똥 주워 먹으며까무러질 듯 울어대는 곡소리에이승에는 눈 못 감고 떠도는 죽음 하나도 없었다저승으로 갈 사람 편히 떠나고남은 이들만 잠시 서성일 뿐이었다 가장 아프고 가장 요염하게 울음 우는옥례 엄마 머리 위에하늘은 구멍마다 별똥 매달아 놓았다 그네의 울음은 언제 그칠 것인가엉겅퀴 같은 옥례야, 우리 시인의 딸아너도 어서 전문적으로 우는 법 깨쳐야 하리 이 세상 사람들의 울음까무러치게 대신 우는 법알아야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