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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김용택

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도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시,좋은글 2022.02.25

돼지들에게 - 최영미

돼지들에게 - 최영미 언젠가 몹시 피곤한 오후 돼지에게 진주를 준 적이 있다. 좋아라 날뛰며 그는 다른 돼지들에게 뛰어가 진주가 내 것이 되었다고 자랑했다. 허나 그건 금이 간 진주. 그는 모른다. 내 서랍속에 더 맑고 흠 없는 진주가 잠자고 있으니 외딴섬, 한적한 해변에 세워진 우리집.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내 방의 장롱 깊은 곳에는 내가 태어난 바다의 신비를 닮은, 날씨에 따라 빛과 색깔이 변하는 크고 작은 구슬이 천 개쯤 꿰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사람들은 모른다. 그가 가진 건 시장에 내다 팔지도 못할 못난이 진주, 철없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나 쓰이라지, 떠들기 좋아하는 돼지들의 술안주로나 씹히라지. 언제 어디서였는지 나는 잊었다. 언젠가 몹시 흐리고 피곤한 오후, 비를 피하러 들어간 오두막에..

시,좋은글 2022.02.25

11월의 낙엽 - 최영미

11월의 낙엽 - 최영미 가을비에 젖은 아스팔트, 돌아보면, 떨어질 잎이 하나 남아 있었나. 천둥에 떨고 번개에 갈라진 잎사귀, 심심한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 되어 주고 종이보다 가벼운 몸으로 더러운 뒷골목을 지키던 너. 허술한 나무가지에 목숨을 부지하고 식물의 운명에 순종했던, 상처투성이의 몸에 햇살이 닿으면 촘촘한 세월의 무늬가 드러나지만. 이대로 세차게 흔들리다 누군가의 가슴바닥에 훅. 떨어졌으면...... 첫눈이 내려 무거운 눈을 매달고 허공에서 부숴지기 전에 순한 흙에 덮혀 잠들었으면...... 낙엽의 비문(碑文)을 읽을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시,좋은글 2022.02.25

풍년화 - 풍년을 불러오는 꽃나무

일본이 원산지인 꽃나무 꽃 : 양성화. 잎보다 먼저, 잎겨드랑이에 1개 또는 여러 개의 노란색 꽃이 핀다. 수피 : 연한 갈색이며 타원상의 껍질눈이 있다. 성장함에 따라 회갈색으로 변한다. 열매 : 삭과. 달걀 모양의 구형이며, 갈색으로 익는다. 익으면 2갈래로 갈라져 2개의 종자가 나온다. 겨울눈 : 꽃눈은 달걀형이며 눈자루가 있고, 2~4개가 무리로 달린다. 눈비늘이 있지만 일찍 떨어진다. 잎 : 어긋나며, 약간 찌그러진 마름모꼴이다. 잎모양은 변화가 많으며, 좌우가 비대칭형이다. 붉은풍년화(Loropetalum chinense) 풍년화의 원산지는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만사쿠(滿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는 풍작(豐作)을 뜻한다. 1931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면서 비슷한 뜻의 풍년화라는 이름으..

경주감은사지 - 금당터와 삼층석탑

경주 문무대왕릉 갔다가 근처에 있는 경주감은사지에 왔다 안내 현판을 자세히 읽어보고 사진을 찍었다. 예전에 두번 정도 와본 곳이다. 다시 새롭게 공부한다. 감은사는 동해에서 신라 수도 경주로 들어가는 가장 빠른 길에 세워진 절이다, 이곳에는 삼층석탑 2기와 금당, 강당 등의 건물 터만 남아 있다.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한뒤 부처의 힘을 빌려 왜구의 침략을 막고자 동해 바다에서 경주로 가는 길목인 이곳에 절을 창건하였고, 이후 신문왕 2년에 완성하였다. 문무왕은 "내가 죽으면 바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자 하니 화장하여 동해에 장사지내 달라"라고 유언하였는데, 그 뜻을 받들어 장사지낸 곳이 대왕암이고 그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으로 절 이름을 감은사라 하였다. 만파식적 '만파식적'의 한자를 풀이하면 '커다란(..

문화유산 답사 2022.02.24

석류 - 이가림

석류 - 이가림 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 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 지난 여름 내내 앓던 몸살 더 이상 견딜 수 없구나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의 힘 캄캄한 골방 안에 가둘 수 없구나 나 혼자 부둥켜 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자꾸만 익어가는 어둠을 이젠 알알이 쏟아놓아야 하리 무한히 새파란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 온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 이기지 못해 나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 아아, 사랑하는 이여 지구가 쪼개지는 소리보다 더 아프게 내가 깨뜨리는 이 홍보석의 슬픔을 그대의 뜰에 받아 주소서. 시집에서 발췌

시,좋은글 2022.02.24

만능열쇠(유안진)

만능열쇠(유안진) 오랫동안 황홀한 거짓말이었는데 눈물보다 기도보다 손발이라 하네 잘. 잘못 판단보다 상위법(上位法)이라 하시네 신(神)의 정의(正義)라 하시네 만능열쇠라 하시네 사랑이야말로. 모든 꼭대기의 꼭대기가 몸이다. 신전이다. 제단이다. 세상의 죽음을 대신 죽어주는 속죄 제물이다 제사장이다 초고압전류로 혼신을 씻느라고 혼절했다 깨어나는 죽음의 반복 끝에서 마침내 강림하는 천상의 전류 가 통과한다, 응답(應答)이다 어떤 외로움에도 더 외로운 외로움이 있느니라 가장 외롭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고 가장 어리석지 않으면 얻더낼 수 없는 그 높이 그 깊이는 기다리며 갈망해야 차지하는 죽음뿐이니라 삶이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것 죽음보다 더 죽음되는 것이 살아내는 것이니라 죽음 이상의 고독과 고통의 절..

시,좋은글 2022.02.24

두사람 - 김남곤

두사람 - 김남곤 한 사람은 아직 갈 길이 멀리 남아있다고 하고 한 사람은 갈 갈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고 외길을 티격태격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해가 서산머리를 지지고 볶기 시작하자 느긋한 사람은 어디 들 곳을 찾아 기웃거렸고 조급한 사람은 신발을 벗어들고 비호처럼 사라졌습니다 먼 훗날 두 사람은 생판 모르는 남남으로 만났습니다.

시,좋은글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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