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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풍경과 나의 새 - 황성희

새의 풍경과 나의 새 - 황성희  새에 대하여골똘히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생이라는 글자에서둥글게 닳은 비명을 빼면 새가 되는 것 정도 날아오르는 생이 되기 위해서는 제 몸에서 받침 하나쯤은 빼내야 하는 것 정도 하늘에 새의 날갯짓이 그대로  새겨진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두려움과 후회의 자국을 구름과 함께 보게 될까 먼 시간을 걸어온 여행자가별을 찾아내던 깊은 눈으로조용히 하늘을 읽고 있다 의지로는 날아갈 수 없는 영역을 향해스스로 멈출 수 없는 날개를 퍼덕이며 새는 아찔한 속도의 세계를 형벌처럼 들고 다녔겠구나 허공을 향해 투신하는 새를창밖의 풍경으로 놓고 본다 새의 창문 밖에서 잠시풍경으로 정지한 채

시,좋은글 2024.11.12

진화론 - 조우연

진화론 - 조우연  길고 긴 고독에 적응하기 위해기린은 긴 목을 갖게 되었다. 고래는 지독한 고독에 살아남기 위해뭍을 버리고 심해로 들어가수억 년 동안 잠수 중이다 강대나무가 적막하다주목은 산정에서 고독과 싸우다 선 채로 죽는 진화를 택했을 것이다아직 가 닿지 못한달행이의 더딘 쓸쓸은 지금도 진화중이다 인류는 나름 항거했다고독에 잡히지 않으려 꼬리를 도려내고날개를 잘라 바람 속 공허에 맞섰다그러나 끝내 고독에 순응하여 거대 독무덤에 무진장  고독하게 묻힌 조상이 있었다 다윈, 저녁을 혼자 걷는 그의 직립보행은 퇴행을 걷고 있었을 것이며잡아 먹히지 않으려 고흐는 고독에게 총을 겨누고 죽었지만그 남자의 고독은 무한 복제 되고 있다 지금 뭐해, 비, 비가, 오네, 라든지아니, 별, 별일 아니고, 달이 떴는데,..

시,좋은글 2024.11.12

귀천 - 천상병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24.11.5. 화. 정호승 특강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시집

시,좋은글 2024.11.08

골목길 - 정호승

골목길 - 정호승  그래도 나는 골목길이 좋다서울 종로 피맛골 같은 골목길 보다도시 변두리 아직 재개발되지 않은 블럭담이 이어져 있는 산동네의정부 수락산 밑 천상병시인의 집이 있던 그런 골목길이 좋다담 밑에 키 큰 해바라기가 서 있고개똥이 하늘을 쳐다보다가소나기에 온몸을 다 적시는 그런 골목길이 좋다내 어릴때 살던 신천동 좁은 골목길 처럼전봇대 하나 비스듬히 하나 서 있고길 모퉁이에 낡은 구멍가게 하나쯤있으면 더 좋다주인 할머니가 고양이 처럼 졸다가부채를 부치다가어머니 병환은 좀 어떠시냐고라면 몇개 건네주는 그 가난의 손끝은 얼마나 소중한가늦겠다고 어서 다녀오라고너무 늦었다고 어서 오라고 안아주던 어머니의 그리운 손은  이제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어느 술꾼이 노상방뇨하고 지나가는 내 인생의 골목길이..

시,좋은글 2024.11.08

마음의 사막 - 정호승

마음의 사막 - 정호승  별똥 하나가 성호를 긋고 지나간다낙타 한마리가 무릎을 꿇고 기도한 지는 오래다별똥은 무슨 죄가 그리 많아서 저리도 황급히 사라지고낙타는 무슨 죄가 그리 많아서 평생을 무릎조차 펴지 못하는가다시 별똥 하나가 성호를 긋고 지구 밖으로 떨어진다위경련을 일으키며 멀리 녹두꽃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머리맡에 비수 한자루를 들고 잠이 드는 사막의 밤초승달이 고개를 숙이고 시퍼렇게 칼을 갈고 앉아 있다인생은 때때로 기도 속에 있지 않다너의 영혼을 어루만지기 위해서는 침묵이 필요하다. 24.11.5.화. 정호승문학관 특강에서

시,좋은글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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