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실점 - 원도이 검은 나무가 스쳐 지나간다발밑에서 바숴지는 낙엽이 지나간다 지금 막 떨어지는 단풍잎이 지나간다 우리는 줄지어 걷고 있다 맨 앞 사람이 그곳에 가장 가까운 듯이 보인다 산 너머 공원을 향해 걷고 있는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그곳을향해 걷고 있었다 길들이 그곳으로 모이고 있다우리가 걸어온 산길과 샛길과 아스팔트가 모여들고 있다 까치가 우는일이나 해가 지는 일이나 흰 머리의 억새가흔들리는 일이나 모두 그곳으로 모이는 일이다 문득 오후 다섯시의 바람이 공원으로 모여들다 흩어진다 가뭇없어 보이는 그곳, 언제나 멀어 보이는 그곳, 곧장 가야 하는 그곳,한쪽으로 굽어지기도 하는 그곳, 긴 터널의 끝에서 반드시 바주해야 할 것만 같은 그곳, 옷 벗은 나무들의 길 위에 서면 지나온 길과 다가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