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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을 읽는 순서 - 이경교

목련을 읽는 순서 - 이경교 얘야 나는 목련을 만났지만 그릴 수가 없단다 목련은 텅 빈 이름이 아니라 언덕의 영역에 속하므로,그보다 더 먼 늪이거나 쓸쓸한 그릇의 일부이므로 나는목련을 썼다가 지우고, 그 빈터에 도랑을 파기로 했단다 목련의 몸에서 여울물 소리가 들리는 건 목련의 고향이 강물이기 때문이란다 네 몸속에서도 악기 소리가 날 때, 그때쯤 네 안에서도 목련이 자라나겠지 얘야 목련은 어디에나 있으나 어디에도 없단다 화사한 눈빛으로 제 안의 비밀을 토해내지만 그때 목련은 죽음의 발치에 다가선 것이므로 잊어야 한다 목련은 이제 뜯겨진 명부名簿, 네가 뒷골목에서 어둠을 두눈에 담을때 너는 이미 목련을 익히기 시작한 거란다 이름을 보는 대신, 너는 꽃그늘이 되어 너 지워진 자리만 하얗게 남겨진 거란다.

시,좋은글 2022.02.22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 이근화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 이근화 오늘밤 한권의 책이 나를 낳았다 피부와 머리카락이 없고 입술과 성기가 없는 어여쁜 사람 오늘밤 내가 태어나고 나는 한권의 책을 네 옆구리에서 다시 찾아냈다 여러개의 서랍속에서 모두들 태어나고 싶은데 그게 나를 부르는 소리라니 안아줄 팔도 없이 달려갈 발도 없이 네가 나를 부른다 아무 냄새가 없는 꿈속에서 나는 괴로워한다 나의 탄생을 한권의 책을 그건 내가 너를 만나는 동안 만들어 낸 길쭉한 귀 동그란 코 벌어진 입술 애써 얼굴 지우며 한권의 책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게 너일까 한권의 책속에서 정말 그렇게 살려고 내가 태어났다 네가 영원히 죽는다해도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시,좋은글 2022.02.22

사람이나 꽃이나 - 채상근

사람이나 꽃이나 - 채상근 저 꽃들을 봐라 잠깐 왔다 가는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모습은 다 한가지다 저 꽃들 서로에게 꽃이 되고 바람이 불면 같이 흔들리고 비가 내리면 젖을 줄 알고 꽃잎 떨어지면 씨를 뿌리듯 저 사람들 한 세상 태어나 가파른 언덕에서 뿌리를 내리고 이름없는 꽃처럼 살다가 사람꽃을 피우는 저 사람들을 봐라 잠깐 피었다 지는 꽃들처럼 살아가는 모습은 다 한가지다

시,좋은글 2022.02.22

천개의 바람이 되어 -신현림

천개의 바람이 되어 -신현림 내 무덤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지 않아요 나는 천의 바람, 천의 숨결로 흩날립니다 나는 눈 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입니다 나는 무르익은 곡식 비추는 햇빛이며 나는 부드러운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아침 소리에 깨어날 때 나는 하늘을 고용히 맴돌고 있어요 나는 밤하늘에 비치는 따스한 별입니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죽지 않습니다. 원작자 미상/ 신현림 역

시,좋은글 2022.02.22

박태기나무 - 자주색 꽃봉오리가 가지 가득

형제애를 상징하는 나무 꽃 : 양성화. 잎이 나기 전에 가지마다 10~20개의 홍자색 꽃이 무더기로 모여 핀다. 겨울눈 : 황갈색이고 작은 껍질눈이 있으며, 평활하다. 성장함에 따라 회갈색으로 변한다. 잎 : 어긋나기. 전형적인 하트 모양이며, 톱니가 없다. 잎자루는 붉은 빛을 띠며, 양끝이 부풀어 있다. 열매 : 협과.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 그 속에 5~8개의 종자가 들어있다. 잎이 피기 전에 쌀알만 한 자주색 꽃봉오리가 가지 가득히 달리는데, 그 모양이 마치 튀긴 쌀 즉 튀밥이 붙어 있는 듯하여 박태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어 이름 차이니스 레드버드(Chinese redbud)는 중국이 원산이고, 꽃이 붉은 싹 모양인 것을 나타낸다. 북한에서는 구슬꽃나무라고 하는데, 박태기나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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