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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 이근화
오늘밤 한권의 책이 나를 낳았다
피부와 머리카락이 없고
입술과 성기가 없는 어여쁜 사람
오늘밤 내가 태어나고 나는
한권의 책을 네 옆구리에서 다시 찾아냈다
여러개의 서랍속에서
모두들 태어나고 싶은데
그게 나를 부르는 소리라니
안아줄 팔도 없이
달려갈 발도 없이
네가 나를 부른다
아무 냄새가 없는 꿈속에서
나는 괴로워한다
나의 탄생을
한권의 책을
그건 내가 너를 만나는 동안 만들어 낸
길쭉한 귀 동그란 코 벌어진 입술
애써 얼굴 지우며
한권의 책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게 너일까
한권의 책속에서
정말 그렇게 살려고 내가 태어났다
네가 영원히 죽는다해도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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