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정한 바지랑대 위에 낮달 하나 걸려 있다. 바람도 풀밭으로 가 엎드린 시간 채송화 꽃밭에는 졸음오는 맨드라미 피가 달아 아버지의 나귀 방울 소리는 감투봉을 넘었는지 들리지 않고 동구밖 미루나무 꼭대기엔 흰 배때아리 드러낸 까치 한 쌍. 무어라 꽁지 흔들며 알아듣지 못하는 말시늉을 건넨다. 한참을 이고 섰던 광주리 내려놓듯 댓돌 위 신발 한 켤레 벗어놓고 엄마는 방으로 들어 끙끙 앓으신다. 구부정한 바지랑대 위 낮달 하나 걸려 오도가도 못하듯 마당가엔 지심 매던 엄마의 호미 한 자루 드러누워 있다. 나는 부엌으로 가 풍로에 불지펴 약탕기에 탕약을 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