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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코오롱 빌딩 앞 횡단보도
낡은 신호등이 오늘은 먹통이다
명멸의 일생이 잠시 눈을 감는 동안
잰걸음으로 비둘기 한 마리
밥집 골목으로 들어간다
희미해진 횡단보도를 사람들이
슬금슬금 건너는 도심의 점심시간
눈이 한바탕 올 듯한 날씨에
하늘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사라진 꿈들이 서글프게
흩날리기 시작한다 좁은 하늘
그 놓은 곳에서 이 넓은 거리를
자꾸 내려다 보는 이는
누구인가
횡단보도 한쪽 끝
사내 하나가
허리 굽혀 풀어진 구두 끈을 매고 있다
한껏 동여맨다 오늘따라
구두끈에 묶인 가족이
눈발에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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