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의 노래 - 신경림 눈에 덮여도 풀들은 싹트고 얼음에 깔려서도 벌레들은 숨쉰다 바람에 날리면서 아이들은 뛰놀고 진눈깨비에 눈 못 떠도 새들은 지저귄다 살얼음 속에서도 젊음이들은 사랑하고 손을 잡으면 숨결은 뜨겁다 눈에 덮여도 먼동은 터오고 바람이 맵찰수록 숨결은 더 뜨겁다 시,좋은글 2021.08.13
숲- 정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시,좋은글 2021.08.13
겨울사랑 -문정희 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햐얀 생에 속에 뛰어 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실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시,좋은글 2021.08.11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시,좋은글 2021.08.11
섬진강 11. 다시 설레는 봄날에 - 김용택 당신, 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곱게 지켜 곱게 바치는 땅의 숨결 그 설레이는 가슴 보드라운 떨림으로 쓰러지며 껴안을 내 몸 처음 열어 골고루 적셔 채워줄 당신 혁명의 아침같이 산굽이 돌아오며 아침 여는 저기 저 물굽이 같이 부드러운 힘으로굽이치며 잠든 세상 깨우는 먼동 트는 새벽빛 그 서늘한 물빛 고운 물살로 유유히 당신, 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시,좋은글 2021.08.11
그리움-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시,좋은글 2021.08.11
가을엽서 -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시,좋은글 2021.08.11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반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시,좋은글 2021.08.11
고래를 위하여-정호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시,좋은글 20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