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반응형
'시,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는 길 - 김소월 (0) | 2024.09.05 |
---|---|
그리움 - 이용악 (0) | 2024.09.05 |
해질녘 - 채호기 (0) | 2024.09.04 |
오래된 물음 - 김광규 (0) | 2024.09.04 |
깨끗한 빗자루 - 박남준 (0) | 2024.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