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시,좋은글 590

끙끙 - 이상호

끙끙 - 이상호  끙끙강물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어릴 때고추처럼 매운 날 아침 일찍강가에 나가면끙끙강물이 소리 내어 앓는 소리가 들렸다밤새동장군의 기습을 받고어디론가 내닫고 싶은 뜨거운 몸 웅크린 채강물이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끙끙너를 사랑한 일이 그렇다너라는 혹한이너의 중심에 이를 수 없는 차디찬 비애가꽁꽁 나를 얼어붙게 하여끙끙밤새 앓은 적이 있다'한 때'라고 말하기 위해봄이 되면 스르르 결박이 풀리는 강물처럼너에게 꽁꽁 묶인 나를 스스로 풀어보려고없는 봄을 혼자 찾아다니다. 여태끙끙

시,좋은글 2024.12.03

검은 빛 - 김현승

검은 빛 - 김현승  노래하지 않고,노래할 것을 더 생각하는 빛.눈을 뜨지 않고눈을 고요히 감고 있는 빛. 꽃들의 이름을 일일이 묻지않고꽃마다 품안에 받아들이는 빛. 사랑하기보다 사랑을 간직하며, 허물을 묻지 않고허물을 가리워 주는 빛. 모든 빛과 빛들이 반짝이다 지치면숨기어 편히 쉬게 하는 빛. 그러나 붉음보다고 더 붉고아픔보다도 더 아픈,빛을 넘어 빛에 닿은 단 하나의 빛.

시,좋은글 2024.11.26

산까마귀 울음소리 - 김현승

산까마귀 울음소리 - 김현승  아무리 아름답게 지저귀어도아무리 구슬프게 울어 예어도아침에서 저녁까지 모든 소리는 소리로만 끝나는데 겨울 까마귀 찬 하늘에너만은 말하며 울고 간다! 목에서 맺다살에서 터지다뼈에서 우려낸 말,중에서도 재가 남은 말소리로울고 간다. 저녁 하늘이 다 타버려도내 사랑 하나 남김없이너에게 고하지 못한내 뼈속의 언어로 너는 울고 간다

시,좋은글 2024.11.26

수다 - 소경자

수다 - 소경자  두 달 만에 만나는 친구들앉자마자건강 걱정 한 보따리 풀어낸다 다리가 아픈 친구혈관이 나쁜 친구당뇨가 있는 친구...... 병은 알려야 한다며여러 가지 증상들자랑하듯 늘어놓는다 모두 들어보면 솔깃한 이야기이 약, 저 약 다 먹어야건강이 유지될 듯 마음 흔들리지만 얘들아수다가 건강에 제일 좋다우리 만남이 약이다 소경자 시집 중에서

시,좋은글 2024.11.26

월광수변공원의 연가 - 구석본

월광수변공원의 연가 - 구석본  여기는 달빛이두둥실 노래하는 곳,아무도 몰래 저물었던 사랑은추억으로 다시 피어나고홀로 울던 그리움,오늘밤 너에게로 너엄실 건너너를 비추고 나를 밝히니그늘 없는 우리 사랑영원을 노래하네. 은은한 마음으로조용조용 오시게나.여기는 달빛 같은 사랑으로나눠서 하나 되고비워서 채우는 곳.오늘밤 너에게로 너엄실 건너너를 비추고 나를 밝히니그늘 없는 우리 사랑영원을 노래하네.

시,좋은글 2024.11.21

그리움 - 구석본

그리움 - 구석본  나의 애인은 언제나 만 리 밖에 서 있다내가 눈부신 목소리고 '사랑한다'하면 사랑 밖에 서 있고'그립다'하면 그리움 밖에 서서불빛처럼 깜빡이며나의 가슴을 깨우고 있다나의 그리움이 만 리까지 쫓아가면또, 만 리 밖에 서는나의 애인아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이승에서 풀리지 않는 그리움 하나뿐인 것을만 리 밖에서 보내는불빛 같은 그대 신호로 비로소 안다. 24.11.15.금. 오후4시, 대구문학관 4층행복한 시 읽기, 그리고 시 짓기

시,좋은글 2024.11.21

안개꽃 - 이수익

안개꽃 - 이수익  불면 꺼질 듯꺼져서는다시 피어날 듯안개처럼 자욱이 서려 있는 꽃. 하나로는 제 모습을 떠올릴 수 없는무엇이라 이름을 붙일 수도 없는그런 안타까움으로 빛깔진 안개의꽃. 무데기로,무데기로 어우려져야만 비로소 이름이 되어설레는 느낌이 되어 다가오는 그것은 아, 우리 처음 만나던 날 가슴으로피어오르던 바로 그 꽃.

시,좋은글 2024.11.21

그림자 2 - 고영조

그림자 2 - 고영조  새 한 마리 날고 있다새 두 마리 날고 있다한 마리는 공중에한 마리는 땅 위에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날고 있다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이쪽에서 저쪽으로날고 있다나르다 문득고욤나무 가지에 앉을 때땅 위를 나르던 그림자도사뿐히 날개를 접고 새의 몸 속으로들어간다언제부터인가새 두 마리가고욤나무 가지에 앉아 있다어제보다 약간 더 휘어져 있다

시,좋은글 2024.11.2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