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끙끙 - 이상호

소소한 소선생 2024. 12. 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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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끙 - 이상호

 

 

끙끙

강물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어릴 때

고추처럼 매운 날 아침 일찍

강가에 나가면

끙끙

강물이 소리 내어 앓는 소리가 들렸다

밤새

동장군의 기습을 받고

어디론가 내닫고 싶은 뜨거운 몸 웅크린 채

강물이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끙끙

너를 사랑한 일이 그렇다

너라는 혹한이

너의 중심에 이를 수 없는 차디찬 비애가

꽁꽁 나를 얼어붙게 하여

끙끙

밤새 앓은 적이 있다

'한 때'

라고 말하기 위해

봄이 되면 스르르 결박이 풀리는 강물처럼

너에게 꽁꽁 묶인 나를 스스로 풀어보려고

없는 봄을 혼자 찾아다니다. 여태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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