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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6

바람의 말 - 마종기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참을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시,좋은글 2024.09.04

오래된 물음 - 김광규

오래된 물음 - 김광규  누가 그것을 모르랴시간이 흐르면꽃은 시들고나뭇잎은 떨어지고짐승처럼 늙어서우리도 언젠가 죽는다땅으로 돌아가고 하늘로 사라진다그래도 살아갈수록 변함없는세상은 오래된 물음으로우리의 졸음을 깨우는구나보아라새롭고 놀랍고 아름답지 않느냐쓰레기터의 라일락이 해마다골목길 가득히 뿜어내는 깊은 향기볼품없는 밤송이 선이장이깨어진 화분 한 귀퉁이에서오랜 밤을 뒤척이다가 피워 낸밝은 꽃 한 송이연못 속 시커먼 진흙에서 솟아오른연꽃의 환한 모습그리고인간의 어두운 자궁에서 태어난아기의 고운 미소는 우리를더욱 다황하게 만들지 않느냐맨발로 땅을 디딜까봐우리는 아기들에게 억지로신발을 신기고손에 흙이 묻으면더럽다고 털어준다도대체땅에 뿌리박지 않고흙도 몸에 묻히지 않고뛰놀며 자라는 아이들의 팽팽한 마음튀어오르는 ..

시,좋은글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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