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도리 - 문성해
아랫도리 - 문성해 신생아들은 보통 아랫도리를 입히지 않는다대신 기저귀를 채워놓는다내가 아이를 낳기 위해 수술을 했을 때도아랫도리는 벗겨져 있었다할머니가 병원에서 돌아가실 때도 그랬다아기처럼 조그마해져선 기저귀 하나만 달랑 차고 계셨다사랑할 때도 아랫도리는 벗어야 한다배설이 실제적이듯이삶이 실전에 돌입할 때는 다 아랫대도리를 벗어야 된다 때문에 위대한 동화작가도 아랫도리가 물고기인 인어를 생각해내었는지 모른다거리에 아랫도리를 가린 사람들이 의기양양 활보하고 있다그들이 아랫도리를 벗는 날은한없이 곱상해지고 슬퍼지고 부끄러워지고 촉촉해진다살아가는 진액이 다 그 속에 숨겨져 있다 신문 사회면에도아랫도리가 벗겨져 있었다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걸 보면눈길을 확 끄는 그 말 속에는 분명사람의 뿌리가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