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 1957

얼음새꽃 - 곽효환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

시,좋은글 2021.08.13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냑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고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쫒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알려..

시,좋은글 2021.08.13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시,좋은글 2021.08.1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