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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황대권

소소한 소선생 2022. 6. 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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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내려 오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풀 무더기를

한 평만 떼어다 교도소 운동장으로 옮겨 놓을 수만 잇다면 .....

그럴 수만 있다면 운동시간 내낸 그 풀밭에 머리를 박고 지낼 수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무릇  정성과 열심은 무언가 부족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만약 내가 온갖 풀이 무성한 수풀 가운데 살고 있는데도 이런 정설과 열심을 없앨 수 있었을까?

이런 점에서 삭막한 교도소에서 만나는 상처투성이 야생초들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는 귀중한 '옥중 동지'가 아닐 수 없다.

 

이 나라의 가장 민중적인 야생초 네가지를 꼽으라 하면 . 나는 서슴없이 쇠비름, 참비름,

질경이, 명아주를 들겠다.  이 땅에 가장 흔할 뿐 아니라 모두가 식용으로, 또 민간 약재로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이 기막힌 색의 대비는 늦가을의 서늘한  공기와 강렬한 햇빛이 아니면 빚어낼 수 없는

대자연의 작품. 그것을 감히 그릴 수는 없고 여기에 스케치만 해 둔다.

나는 숨을 고르려고 하늘을 쳐다보았다가 오히려 숨을 죽이고 말았다.

 

감잎, 두충잎, 쑥잎, 결명자, 이 네가지만 가지고도 기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배합해 먹으면

한 겨울 질리지 않게 차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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