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주름살 사이의 젖은 그늘 - 이정록

소소한 소선생 2021. 8. 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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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대쯤

엉덩이를 얻어 맞은 암소가

수렁논을 갈다 말고 우뚝 서서

파리를 쫓는 척, 긴 꼬리로

얻어 맞은 데를 비비다가

불현듯 고개를 꺾어

제 젖은 목주름을 보여주고는

저를 후려 팬 노인의

골진 이마를 물그러미 바라보는데

그 긴 속 눈썹 속에

젖은 해가 두덩이

오래도록 식식거리는

저물녁의 수렁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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