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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갠 그 이튿날
우물을 치려고
어른들은 머리를 감아 빗고 흰옷을 갈아 입었다
신발도 빨아 신었다
손 없다는 날
마을은 개도 안 짖고
하늘이 어디로 다 가서 텅 비었다
우리들은 늬들 누렁코도 부스럼도 쌍다래끼도 우물 땜시 벗었니라던
할매 말씀이 참말이라고
턱을 누르며 믿었다
울타리도 절구통도 살구나무도 언제 본 듯한 날
우물가엔 아래서 올라온 것들이 쌓였다
삼대 부러진 것 바가지 실꾸리 신발짝 호미자루 쇳대 뺘다귀 동쩌귀 이끼못 흐레 쇠시렁날 연필 눈썹 꿈동 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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