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우물치는 날 - 정인섭

소소한 소선생 2021. 8. 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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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갠 그 이튿날

우물을 치려고

어른들은 머리를 감아 빗고 흰옷을 갈아 입었다

신발도 빨아 신었다

손 없다는 날

마을은 개도 안 짖고

하늘이 어디로 다 가서 텅 비었다

우리들은 늬들 누렁코도 부스럼도 쌍다래끼도 우물 땜시 벗었니라던

할매 말씀이 참말이라고

턱을 누르며 믿었다

울타리도 절구통도 살구나무도 언제 본 듯한 날

우물가엔 아래서 올라온 것들이 쌓였다

삼대 부러진 것 바가지 실꾸리 신발짝 호미자루 쇳대 뺘다귀 동쩌귀 이끼못 흐레 쇠시렁날 연필 눈썹 꿈동 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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