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소구레 국밥-자인시장 처음으로 고령에서 접해보고 자인시장에서도 유명하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조금 차이가 있긴한데 쫄깃한 내장이 내 입맛에는 잘 맞다. 와촌왔다가 가는 길에 가끔 들러볼 생각이다. 손님도 많다. 맛집 소개 2021.08.05
공주식당 -와촌 와촌에 물주고 점심 먹으로 들린 식당. 손님이 많아서 조금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우린 구석자리에 앉아 옹심이 해물수제비를 시켰다. 양도 많고 맛도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옆에 집이 더 오래 되었다고 한다. 다음번에 가보기로... 맛집 소개 2021.08.05
주름살 사이의 젖은 그늘 - 이정록 백대쯤 엉덩이를 얻어 맞은 암소가 수렁논을 갈다 말고 우뚝 서서 파리를 쫓는 척, 긴 꼬리로 얻어 맞은 데를 비비다가 불현듯 고개를 꺾어 제 젖은 목주름을 보여주고는 저를 후려 팬 노인의 골진 이마를 물그러미 바라보는데 그 긴 속 눈썹 속에 젖은 해가 두덩이 오래도록 식식거리는 저물녁의 수렁논 시,좋은글 2021.08.05
어떤 오후 - 전재분 제4시집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가끔씩 싸한 바람이 든다 헹한 가슴 스산한 가을바람 같다가 때로는 봄을 밀쳐내는 동백꽃처럼 붉어지는 길을 가다가 꽃무늬 스카프 한 장을 골랐다 주름진 목을 감고 목청껏 소리치고 싶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마음은 깊고 푸른 청춘 아직도 목마름 많아 설레는 가슴인데 봄이 오면 다시 피어 누구의 꽃이 되고 싶다 꿈이 있는 여인은 청춘이라 했던가 아름답다 했던가 시,좋은글 2021.08.04
적어두기 - 김경미 손바닥에 적어둔다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 못해 못 쓰고 버려야 하는데 찾지 못해 못 버릴까봐 선량과 기쁨의 위치를 침착과 짜증의 위치를 가야 할 곳과 가고 싶은 길의 위치를 우는 소리만 하는 목소리와 깊은 생각과 유머가 담긴 목소리의 주인을 인간성 좋은 사람이 잘 먹는 음식과 천재가 잘 가는 음식점 위치를 귀갓길나무들에게도 적어둔다 이 하루가 다 누구 덕분인지 시,좋은글 2021.08.04
오늘의 제빵- 김경미 오늘의 제빵 - 김경미 빈 겨울 나뭇가지들을 위해서 초록나뭇잎을 굽고 텅 빈 들판을 위해서 벼와 보리를 굽는다 흐려지는 하늘을 위해서는 흰 눈꽃을 굽고 세상에서 제일 작은 철새 상모솔새를 위해서는 중간중간 쉬어가라고 휴게소 같은 빵조각들을 길에 뿌려준다 빵을 굽는 건 따뜻한 연약을 만드는 일 시,좋은글 2021.08.04
낙엽오르골 - 김경미 벽에 걸어둔 액자 옮기다가 옆의 오르골을 떨어뜨렸다 나뭇잎 납작하게 압착해 넣은 투명오르골이 진짜 낙엽이 됐다 살아나지 못하겠구나 어느 한 귀퉁이든 박살났을 낙엽을 주워들었는데 낙엽이 살아 있엇다 부서지고도 노래하는 악기 죽어서도 사는 낙엽이었다 시,좋은글 2021.08.04
세 켤레의 짐 - 김경미 내겐 아끼는 신발이 세 켤레 있다 첫 번째 신은 아주 가벼워서 걸음도 저절로 가볍고 경쾌해진다 그러나 조금 멀리 걸을 땐 너무 가벼워서 오히려 불편하다 그럴 때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두번째 신발이 좋다 세 번째 신발은 무겁다 신고 나서 일이십 분은 발이 신발을 들고 가듯 힘겹다 그러나 험한 산에 오를수록 그 무거운 등산화가 가장 가볍고 든든해진다 내겐 그 세 컬레의 신발같이 가벼워서 좋은 짐 무거워서 좋은 짐 무게 다른 짐 또한 세 개가 있다 아끼는 지 세 개가 시,좋은글 2021.08.04
가을의 요일들 - 김경미 가을의 월요일은 뭐든 제대로 만들려는 맨드라미처럼 오고 가을의 화요일은 겹겹이 빽빽한 손길을 모은 국화처럼 오고 가을의 수요일은 입에 써서 몸에 좋은 쑥부쟁이 구절초처럼 오고 목요일과 금요일은 작은 흔들림으로 산과 들과 바다를 뒤흔드는 갈대와억새, 코스모스와 강아지풀로 오고 가을의 토, 일요일은 가을의 일주일을 수수 억만 번 지켜온 높고 커다란 은행나무 아래서 날 기다리고 있는 그 사람처럼 오네 시,좋은글 2021.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