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박물관 옆 요양원 - 김영신

소소한 소선생 2024. 10. 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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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옆 요양원 - 김영신

 

 

요양원을 꺾어 들어가기 전

신호를 기다릴 때면 박물관이 보였다

 

[오래된 미래 새로운 과거]

균열간 토기들이 불편하게 선

전시회 알리는 포스터와

 

백 년쯤이겠나

세월을 따라 휘어진 소나무들이

늙을 기회를 잃어버린 얼굴로

우두커니 서있었다

 

쓸모를 다한 오래된 미래들

 

금이 간 얼굴로

자꾸 젊어지는 엄마는

쌌던 보따리 풀고 또 싸고

친정집 잔치에 입을 

깨끼치마저고리 한 벌

수 년 째 찾고 있다

 

견고했던 시간들이 무녀져 내리고

박제된 기억의 탁본 반복해 읽는

박물관을 닮은 엄마

 

아가, 불을 꺼 다오

눈 감으면 보이는 먼 끝이 더 환하구나

불빛에 어리어 흩어질까 두려운

꽃피고 새 울던 봄날의 언덕

 

표정이 지워진 유물 하나

불편하게 끌어안은 보따리에 기대어

기억의 끄트머리 새로운 과거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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