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탑 - 이해리

소소한 소선생 2024. 10. 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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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 이해리

 

 

이끼도 끼고 군데군데 금 갔다

꼭대기 층 한 귀퉁이는 떨어져 나갔다

떨어져나간 곳을 푸른 하늘이 채우고 있다

도굴과 훼손과 유기의 질곡을

온몸으로 받들고도 꼿꼿이 서 있는 것은

견디는 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오래 견딘 침묵은 좀 

깨지기도 해야 아름다웠다

고난의 상흔도 보여야 미더웠다

언제부턴가 온전한 것이 외려

미완이란 생각이 든다

깨진 곳을 문질러 가슴에 갖다 댄다

이루어지는 것 드물어도

무너뜨릴 수 없는 것이 가슴 층층에 쌓여

바람 부는 폐사지에 낡아가고 있다면

당신도 나도 다 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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