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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속으로 울었다 - 김선굉
살다 보면 별일일 다 생긴다. 지난 일월 중순 어느날 밤이었던가. 신년 술을 한 잔 하는
자리에서 선생님, 너무 늙으셨어요, 하면서 운 놈이 있었다. 나는 짐짓 웃었지만, 이보다 눈물
겨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시골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편동석 선생은 쉰다섯에 접어
들고 있는 나를 두고 울었다. 오십이 넘은 남자가 오십을 조금 덜 넘긴 남자를 위해 운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이것은 이 땅에서 백년 만에 일어난 일일 수도
있다. 나는 또 생각한다. 언젠가는 내가 그를 위해 울게 될 날이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그의
무엇을 위해 울 것인가. 사실 나는 그때 속으로 울었다. 十八놈, 지도 늙어 가면서 쓸데없이 우
는군. 그의 눈물이 내 한 해를 연 셈이다. 이제 또 한 해가 새롭게 다가오는데, 참 아름답게
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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