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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 정호승
눈 내리는 새해 아침에
새처럼 소리치며 아이들이
눈을 뭉쳐 서로 눈싸움을 하더니
그 중 한아이가 연탄재를 굴려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예, 눈사람은 연탄재로 만드는게 아니야
하얀 눈을 뭉쳐서 만드는 거야
나는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어미까치처럼 점잖게 소나무에 앉아 훈계하고
아이가 만든 눈사람을 바라보았다
눈사람은 가슴에 연탄재를 품고
어느새 운주사 석불 같은 부처님이 되어 있었다
눈싸움을 마치고
다른 아이들이 만든 눈사람도
다들 부처님이 되어 빙긋이 웃고 있었다
펄펄 내리는 눈송이들이
눈사람 부처님 앞에 신나게 재롱을 떨다가
마른 풀잎 위에도
강아지가 뛰어간 발자국 위에도
고요히 내리고 있었다
정호승 시집 < 이 짧은 시간 동안>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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