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 정호승

명동성당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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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성자가 되는 곳

성자가 바보가 되는 곳

돌멩이도 촛불이 되는 곳

촛불이 다시 빵이 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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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연히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

돌아왔다가 고요히 다시 떠날 수 있는 곳

죽은 꽃의 시체가 열매 맺는 곳

죽은 꽃의 향기가 가장 멀리 향기로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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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휴지와 같고

이 시대에 이미 계절은 없어

나 죽기 전에 먼저 죽었으나

하얀 눈길을 낙타 타고 오는 사나이

명동성당이 된 그 사나이를 따라

나 살기 전에 먼저 살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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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잃은 어머니가 찾아오는 곳

아버지를 잃은 아버지가 찾아와 무릎 꿇는 곳

종을 잃은 종소리가 영원히

울려 퍼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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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 밥값>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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