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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진 곳 - 허영만
잠실나루역에서 택시를 탔지
아산병원으로 가주세요
출발하여 가다가 기사님이 물었어
동관이요? 서관이요?
아 참, 장례식장이라고 답했어
기사님이 말했지
손님께 장례식장은 물어보지 않는다고
순간, 기가 막힌 배려라고 답했어
동관도 서관도 아닌 장례식장은
그 병원에서 밖으로 나가기 좋은 외진 곳에 있었어
죽은 사람 만나러 가는 길도
죽은 사람 영구차로 떠나는 길도
저승으로 가기 좋은 길목이라는 듯 말이야
맞아, 대형병원 장례식장은 다 외진 곳에 있어
멀리 가는 길, 좀 더 빨리 가라는 배려일 터이지만
혹시 그거 알아?
외진 곳은 어디나 어둡고 쓸쓸한 곳이라는 거
살아있는 사람의 눈물이 고인 곳이라는 거
- <시산맥> 24년 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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