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카멜레온 - 김화순

소소한 소선생 2024. 6.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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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 - 김화순

 

그의 눈길 앞에서 나는 재빨리 보호색을 띤다

어깨는 유혹하듯 화려하게 부풀고

얼굴은 재빠르게 풍경을 복사한다

흐트러진 옷매무새 재빠르게 여미고

두 다리에 불끈 힘을 주고

또 하나의 나를 무수히 복제한다

피카소의 그림처럼 사방으로 흩어진

윗몸과 아랫도리가 빠르게 자리를 잡는다

숨소리마저 온화하게 바꾸는 변신술팽

칡넝쿨에 칭칭 감긴 고사목처럼

시선에 꽁꽁 묶인 나는

숨 막히는 생존법을  실행한다

팽팽한 창살에 갇힌 나

꿈에서라도 꼭꼭 여민 나를 완전히 벗어 보일 수 있을까

판옵티콘에 수감된 무기수

나는 죄목도 없이 형량을 산다

 

우리는 모두 감옥 하나씩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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