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잠자느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지구귀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들고 싶을 때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두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