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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8 7

탑 - 이해리

탑 - 이해리  이끼도 끼고 군데군데 금 갔다꼭대기 층 한 귀퉁이는 떨어져 나갔다떨어져나간 곳을 푸른 하늘이 채우고 있다도굴과 훼손과 유기의 질곡을온몸으로 받들고도 꼿꼿이 서 있는 것은견디는 것이 삶이기 때문이다오래 견딘 침묵은 좀 깨지기도 해야 아름다웠다고난의 상흔도 보여야 미더웠다언제부턴가 온전한 것이 외려미완이란 생각이 든다깨진 곳을 문질러 가슴에 갖다 댄다이루어지는 것 드물어도무너뜨릴 수 없는 것이 가슴 층층에 쌓여바람 부는 폐사지에 낡아가고 있다면당신도 나도 다 탑이다

시,좋은글 2024.10.08

박물관 옆 요양원 - 김영신

박물관 옆 요양원 - 김영신  요양원을 꺾어 들어가기 전신호를 기다릴 때면 박물관이 보였다 [오래된 미래 새로운 과거]균열간 토기들이 불편하게 선전시회 알리는 포스터와 백 년쯤이겠나세월을 따라 휘어진 소나무들이늙을 기회를 잃어버린 얼굴로우두커니 서있었다 쓸모를 다한 오래된 미래들 금이 간 얼굴로자꾸 젊어지는 엄마는쌌던 보따리 풀고 또 싸고친정집 잔치에 입을 깨끼치마저고리 한 벌수 년 째 찾고 있다 견고했던 시간들이 무녀져 내리고박제된 기억의 탁본 반복해 읽는박물관을 닮은 엄마 아가, 불을 꺼 다오눈 감으면 보이는 먼 끝이 더 환하구나불빛에 어리어 흩어질까 두려운꽃피고 새 울던 봄날의 언덕 표정이 지워진 유물 하나불편하게 끌어안은 보따리에 기대어기억의 끄트머리 새로운 과거로 간다

시,좋은글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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