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여왕, 숲의 백미
잎 : 어긋나기. 삼각상의 넓은 달걀형이며,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다. 짧은 가지에 2장씩 모여 달린다. | 열매 : 소견과. 열매이삭은 원통형이고 아래를 향해 달리며, 다갈색으로 익는다. |
꽃 : 암꽃차례(위)과 수꽃차례(아래) 암수한그루. 4~5월에 잎이 나면서 함께 꽃이 핀다. 암꽃차례는 햇가지, 수꽃차례는 전년지에 달린다. |
겨울눈 : 잎눈과 암꽃눈은 비늘눈이고 긴 달걀형이다. 수꽃눈은 맨눈으로 겨울을 난다. |
수피 : 어릴 때는 적갈색이며 광택이 있다. 성장함에 따라 수피 전체가 백색으로 변하며, 종잇장처럼 옆으로 벗겨진다. | 경주 천마총 장니천마도 자작나무껍질에 그려진 천마도. 국보 제207호. |
자작나무 껍질은 기름기 성분이 있어서 불에 탈 때 ‘자작자작’ 하고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자작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실제로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서 호롱불을 대신하기도 했다. 자작나무의 영어 이름은 버치(birch)인데 그 어원은 ‘글을 쓰는 나무껍질’이란 뜻이며, 희고 얇은 껍질이 종잇장같이 겹쳐져 있어서 그것을 벗겨 글씨를 썼다고 한다.
자작나무 껍질은 흰색의 기름기가 있는 밀랍가루로 덮여있어 얇게 벗겨지며, 불에 잘 타지만 습기에는 매우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 자작나무 껍질에는 부패를 막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숲속에 죽어 넘어진 자작나무는 수십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자작나무 껍질에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써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면 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예로부터 이 나무껍질에 그림을 그리거나 불경을 적었다는 기록이 있다. 1996년 영국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불경도 자작나무 껍질에 쓰여진 것이라고 한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말안장에 그려진 천마도의 채화판(彩畵版)도 자작나무껍질을 여러 겹 겹치고 맨 위에 고운 껍질로 누빈 후, 가장자리에 가죽을 대어 만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작나무의 특징은 설백의 수피가 주는 아름다움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자작나무를 백화(白樺)라고 부르는데, 이는 아름다운 흰색의 수피를 표현한 이름이다. 서양에서는 자작나무를 ‘나무의 여왕’ 또는 ‘숲의 백미’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러시아와 핀란드의 나라나무이며, 캐나다의 서스캐처원 주와 미국의 뉴햄프셔 주의 주나무이기도 하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주인공 유리 지바고와 라라가 재회하여 짧은 기간 애절한 사랑을 나누었던 한 작은 마을의 외딴집을 둘러싸고 있던 것도 바로 자작나무였다.
자작나무 <화백(白樺)> - 백석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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