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2막 - 김근희

소소한 소선생 2024. 12. 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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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 김근희

 

 

새를 보았다

배란다를 빠져나가려 바둥거리던 주검엔

벽의 균열이 박혀 있었다

소용돌이치다 멈춰버린 현기증이 가을 햇살을 급하게 끊어내고 있었다

 

가쁜 숨소리가 깃털에 결을 새긴

굳어버린 돌 하나

손바닥 위에 위인다

차갑다

 

들여다본다

눈 주위는 아직도 보송했으나 외마디

가 동공에 방점을 찍고

부리는 깨어져 있다

손바닥이 따뜻해진다

 

다시 들여다본다

산꼭대기 바뒤절벽에 제 부리를 짓찧는 늙은 독수리

되살아나려 목숨을 축이던 이슬방울 속에서

핏덩이, 이 쉼이 보인다

 

돌에서 부리가 자라 나온다

쉼 없는 순간순간이 파문(波文)을 굴리고 있다

무서운 속력이 어둡고 싸늘한 동굴을 빠져 나오고

 

베란다 문을 열고 돌을 던진다

가벼워지고,

내 손이 날개처럼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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