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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의 고독 - 구석본

소소한 소선생 2024. 11. 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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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의 고독 - 구석본

 

 

처음부터 거두절미(去頭截尾)되어 있었다

 

몸통만 말뚝처럼 박혀서

 

입 이전의 입으로 말하며 표정 이전의 표정으로 

그대의 정면과 마주한다

 

이전의 나.

 

그대를 대신하여

부끄러움이 삭제된 가슴의 안이 드러난 그대의 옷을 입고

 

나를 가져, 원래 너의 것이었어.

 

말씀 이전의 말씀으로 말한다

 

만져봐, 부드러울 거야 향기롭기까지 할 거야

그냥 걸쳐 봐,

잊고 있었던 양수(羊水)의 포근함이 느껴질 거야

그대의 첫 들숨과 날숨의 파동이 살아날 거야

그리고 천천히 걸어봐.

탯줄로 이어져 있어도 홀로였던 처음의 고독이 

그대 안에서 

양수의 촉감으로 만져질 거야.

 

피 흘리던 첫경험의 고독이 거두절미되어

그대 이전의 그대의 몸으로

그대 정면에 우뚝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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