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우체국을 지나며 - 문무학

소소한 소선생 2024. 11. 1. 09:57
반응형

우체국을 지나며 - 문무학

 

 

 

살아가며 꼭 한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

우연히 정말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

가을날 우체국 근처 그쯤이면 좋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엔 우체국 앞만 한 곳 없다

우체통이 보이면 그냥 소식 궁금하고

써놓은 편지 없어도 우표를 사고 싶다

그대가 그립다고 그립다고 그립다고

우체통 앞에 서서 부르고 또 부르면

그 사람 사는 곳까지 전해질 것만 같고

길 건너 빌딩 앞 플라타너스 이파리는

언젠가 내게로 왔던 해 묵은 엽서 한 장

그 사연 먼 길 돌아와 발끝에 버석거린다

물 다 든 가로수 이파리처럼 나 세상에 붙어

잔바람에 간당대며 매달려 있지만

그래도 그리움 없이야 어이 살 수 있으랴

반응형

'시,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등포가 있는 골목​ - 정호승  (0) 2024.11.06
소년이 온다 - 한강  (0) 2024.11.05
바람의 말 - 마종기  (0) 2024.11.01
대숲 아래서 - 나태주  (1) 2024.11.01
멀리서 빈다 - 나태주  (0) 202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