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외진 곳 - 허영만

소소한 소선생 2024. 6. 2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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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진 곳 - 허영만

 

 

잠실나루역에서 택시를 탔지

아산병원으로 가주세요

출발하여 가다가 기사님이 물었어

동관이요? 서관이요?

아 참, 장례식장이라고 답했어

기사님이 말했지

손님께 장례식장은 물어보지 않는다고

순간, 기가 막힌 배려라고 답했어

동관도 서관도 아닌 장례식장은 

그 병원에서 밖으로 나가기 좋은 외진 곳에 있었어

죽은 사람 만나러 가는 길도

죽은 사람 영구차로 떠나는 길도

저승으로 가기 좋은 길목이라는 듯 말이야

맞아, 대형병원 장례식장은 다 외진 곳에 있어

멀리 가는 길, 좀 더 빨리 가라는 배려일 터이지만 

혹시 그거 알아?

외진 곳은 어디나 어둡고 쓸쓸한 곳이라는 거

살아있는 사람의 눈물이 고인 곳이라는 거

 

 

- <시산맥> 24년 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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