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

세 켤레의 짐 - 김경미

소소한 소선생 2021. 8. 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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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끼는 신발이 세 켤레 있다

첫 번째 신은 아주 가벼워서

걸음도 저절로 가볍고 경쾌해진다

그러나 조금 멀리 걸을 땐

너무 가벼워서 오히려 불편하다

그럴 때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두번째 신발이 좋다

세 번째 신발은 무겁다

신고 나서 일이십 분은

발이 신발을 들고 가듯 힘겹다

그러나 험한 산에 오를수록 그 무거운 등산화가

가장 가볍고 든든해진다

내겐 그 세 컬레의 신발같이

가벼워서 좋은 짐 무거워서 좋은 짐

무게 다른 짐 또한

세 개가 있다

아끼는 지 세 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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