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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이슬 밟고 다닌다는 소문, 달고 사는 여자를
낮이면 풀이 죽고 목소리도 기어 들어가는 숙기 없는 그 여자를
어느 별 총총한 밤
숨어서 따라가 본 적 있는데요.
쓰르라미 우는 작은 언덕을 지나
송전탑 아래서 걸음을 멈추더니
보르르한 콩꽃 같은 신발, 이름 없는 묘 옆에 벗어놓고
글쎄, 송전탑을 기어오르지 않겠어됴.말릴 겨를도 없이,
차가운 철탑을 움켜잡은 손가락이 얼마나 바들바들 떨리던지
하마터면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고 끌어내릴 뻔 했지 뭐겠어요
그녀는 밤새 철탑을 감고 오르더니
새벽이 되자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고ㅇ
세상에, 어디에 그런 뜨거운 것을 숨기고 살았는지
몸에서 화난 꽃을 저 혼자 피우고 있었는데요. 햐!
만일 피 뜨거운 사내였으면 어쩔 뻔 했겠어요.
그녀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을 사내도 될 수 없는 나는
동트기 전 서둘러 갔던 걸음 되짚어 돌아와
지난밤 일을 함구하고 있는데요.
자꾸만 입이 근질거려 죽을지경이지 뭐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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