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세모꼴 - 유안진 시집 둥근 세모꼴 유안진 비트겐슈타인만큼 펄펄 끓는 정오 켄터키 프라이드 인간이 되는 중이다 메밀 베개 베고 엎어졌다 일어났다 시원해질까 하고 메밀꽃 메밀꽃하는데 이효석의 메밀밭이 제 발로 달려온다 까만 세모꼴 속에 시침떼고 들어앉은 동그랗고 하얀 알갱이까지 메밀국수 메밀묵 메밀나물까지 군침돌더니 이마머리 자욱 핀 메밀꽃밭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오리- 토끼' 뛰어온다 삼복 여름 - 메밀밭 시,좋은글 2022.06.02
만능열쇠(유안진) 만능열쇠(유안진) 오랫동안 황홀한 거짓말이었는데 눈물보다 기도보다 손발이라 하네 잘. 잘못 판단보다 상위법(上位法)이라 하시네 신(神)의 정의(正義)라 하시네 만능열쇠라 하시네 사랑이야말로. 모든 꼭대기의 꼭대기가 몸이다. 신전이다. 제단이다. 세상의 죽음을 대신 죽어주는 속죄 제물이다 제사장이다 초고압전류로 혼신을 씻느라고 혼절했다 깨어나는 죽음의 반복 끝에서 마침내 강림하는 천상의 전류 가 통과한다, 응답(應答)이다 어떤 외로움에도 더 외로운 외로움이 있느니라 가장 외롭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고 가장 어리석지 않으면 얻더낼 수 없는 그 높이 그 깊이는 기다리며 갈망해야 차지하는 죽음뿐이니라 삶이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것 죽음보다 더 죽음되는 것이 살아내는 것이니라 죽음 이상의 고독과 고통의 절.. 시,좋은글 2022.02.24
검정에 빠지다- 유안진 검정에 빠지다- 유안진 아무래도 너무 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 쓰는 글씨마다 검정색이 되고 입는 옷도 모두 검정색이다 구두와 핸드백도 검정색뿐이다 커피를 줄이면 나아질까 했지만 긁적이고 보면 검정글씨이고 무심히 입다보면 검정 옷이다 거울 속 앞머리 한줌이 허옇다 머리카락이라도 흰색이라서 다행이라 했는데 머리의 검정이 몸으로 흘러내리는게 아닌가 주근깨와 기미가 늘어나고 마음까지 검정에 빠지면서 밤이 더 편해져 늘 밤이 더 좋다 창밖에 어둠이 출렁거리면 가족들은 내가 퇴근하는 줄 안다 먹구름 낀 날도 낵 출근을 안해서 그렇다고 이웃들은 쑥덕거린다 까마귀가 되어 가는지 밝을수록 나는 점점 깜깜해진다 빠지려거든 사랑에나 빠질 일이지 검정에 빠져버리다니 잘못만 쌓으며 살아와서 이럴까 늘어나는 체중도 잘못이 쌓이는 .. 시,좋은글 2022.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