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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에 빠지다- 유안진
아무래도 너무 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
쓰는 글씨마다 검정색이 되고
입는 옷도 모두 검정색이다
구두와 핸드백도 검정색뿐이다
커피를 줄이면 나아질까 했지만
긁적이고 보면 검정글씨이고
무심히 입다보면 검정 옷이다
거울 속 앞머리 한줌이 허옇다
머리카락이라도 흰색이라서 다행이라 했는데
머리의 검정이 몸으로 흘러내리는게 아닌가
주근깨와 기미가 늘어나고
마음까지 검정에 빠지면서
밤이 더 편해져 늘 밤이 더 좋다
창밖에 어둠이 출렁거리면
가족들은 내가 퇴근하는 줄 안다
먹구름 낀 날도 낵 출근을 안해서 그렇다고
이웃들은 쑥덕거린다
까마귀가 되어 가는지
밝을수록 나는 점점 깜깜해진다
빠지려거든 사랑에나 빠질 일이지
검정에 빠져버리다니
잘못만 쌓으며 살아와서 이럴까
늘어나는 체중도 잘못이 쌓이는 탓일까
커피 탓이 아니고
<거짓말로 참말하기> 유안진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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