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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3

목마와 숙녀 - 박인환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

시,좋은글 2023.08.28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시,좋은글 2023.04.07

구름 - 박인환

구름 박인환 어린 생각이 부서진 하늘에 어머니구름 작은 구름들이 사나운 바람을 벗어난다 밤비는 구름의 층계를 뛰어내려 우리에게 봄을 알려 주고 모든 것이 생명을 찾앗을 때 달빛은 구름 사이로 지상의 행복을 빌어 주었다 새벽 문을 여니 안개보다 따스한 호흡으로 나를 안아 주던 구름이여 시간은 흘러가 네 모습은 또 다시 하늘에 어느 곳에서도 바라 볼 수 있는 우리의 전형 서로 손 잡고 모이면 크게 한 몸이 되어 산다는 괴로움으로 흘러가는 구름 그러나 자유 속에서 아름다운 석양 옆에서 헤매는 것이 얼마나 좋으니

시,좋은글 202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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