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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시집 2

매미 - 박남준

매미 - 박남준 별빛이 달빛이 그를 불러냈을까 풍뎅이 처럼 생긴 것이 거뭇거뭇 흉측하게 생긴 것이 흙 부스러기 잔뜩 뒤집어쓰고 꼭 그곳이어야만 된다는 듯 땅을 뚫고 나온 그것이 한 발 한 발 나무를 향해 오른다 어떠한 위험이 앞에 놓여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그 무엇의 힘에 이끌려가듯 삶이 때로 저러하리라 굵은 나무줄기를 지나 가느다란 나무가지 왜 거기에 멈추지 않는가 몰라 위태롭다 나뭇잎이다 그를 받아들이는 잎새가 파르르 몸을 뒤척인다 나뭇잎이 목숨 줄이다 아이를 낳는 산모처럼 힘을 다해 나뭇잎을 붙잡고 제 몸의 등을 찢는다 몸이 알이다 연초록의 그 여린 것이 날개다 그는 그를 낳은 몸이 그러했듯이 나뭇잎의 한편을 붙들고 동이 트기를 기다린다 떨어지면 끝이다 젖은 몸이 다 마를때까지 햇살을 타고 그의 날..

시,좋은글 2022.02.21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그 여자의 반짝이는 옷 가게 -박남준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그 여자의 반짝이는 옷 가게 -박남준 하동에서 구례 사이 어진 강물 휘도는 길 비바람 눈보라 치면 공치는 날이다 집도 없고 포장마차도 없는 간이 휴게실이 있지 고물 트럭을 개조해 만든 재첩 국수와 라면, 맥주와 소주 음료수와 달걀과 커피 등등 전망 좋고 목 괜찮아 오가는 사람들 주머니가 표 나지 않고 기분좋게 가벼워지는 동안 눈덩이 같던 빚도 갚고 그럭저럭 풀칠도 하는데 빌어먹을 그 아저씨의 그 여자는 암에 덜컥 발목을 잡혔다 소원이 있었댄다 꿈 말이지 웃지 말아요 정말이라고요 반짝이는 옷을 입고 밤무대에 서는 가수 항암 치료 후유증으로 깊이 모자를 눌러쓴 그 여자는 아저씨를 졸라 간이 휴게소 아래 얼기설기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선풍기도 난로도 아니 전등도 하나 없는 간판도 ..

시,좋은글 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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