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매미 - 박남준
별빛이 달빛이 그를 불러냈을까
풍뎅이 처럼 생긴 것이 거뭇거뭇 흉측하게 생긴 것이
흙 부스러기 잔뜩 뒤집어쓰고 꼭 그곳이어야만 된다는 듯
땅을 뚫고 나온 그것이 한 발 한 발 나무를 향해 오른다
어떠한 위험이 앞에 놓여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그 무엇의 힘에 이끌려가듯
삶이 때로 저러하리라
굵은 나무줄기를 지나 가느다란 나무가지
왜 거기에 멈추지 않는가 몰라
위태롭다 나뭇잎이다
그를 받아들이는 잎새가 파르르 몸을 뒤척인다
나뭇잎이 목숨 줄이다 아이를 낳는 산모처럼
힘을 다해 나뭇잎을 붙잡고 제 몸의 등을 찢는다
몸이 알이다 연초록의 그 여린 것이 날개다
그는 그를 낳은 몸이 그러했듯이
나뭇잎의 한편을 붙들고 동이 트기를 기다린다
떨어지면 끝이다 젖은 몸이 다 마를때까지
햇살을 타고 그의 날개가 날 수 있을 때까지
지상에서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때까지
매미가 날아간 자리 그 옆에 등이 터진 허물 하나
오래도록 오래도록 매달려 바람에 흔들린다
반응형
'시,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개의 바람이 되어 -신현림 (0) | 2022.02.22 |
---|---|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0) | 2022.02.21 |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그 여자의 반짝이는 옷 가게 -박남준 (0) | 2022.02.21 |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황동규 (0) | 2022.02.21 |
꿈, 견디기 힘든 - 황동규 (0) | 2022.02.21 |